지난 성지(聖枝)주일 성당 미사 때, 신자들이 함께 읽은 루카 복음 수난기는 이렇게 전개된다. 백성의 원로단 즉, 수석 사제들과 율법 학자들 무리가 예수를 빌라도에게 끌고 간다. 무리는 예수가 ‘민족을 선동’하고. ‘황제에게 세금을 못 내게 막고, 자신을 메시아 곧 임금’이라고 한다는 거짓말로 정치범으로 몰아 고발한다.
식민지 이스라엘 주민의 생살여탈권을 쥔 로마 총독 빌라도는 재판 첫 신문에서 예수의 무죄를 안다. 그가 갈릴레아 사람이란 구실로 그곳 통치자 헤로데에게 보내 사건을 떠넘긴다. 예수에게서 기적을 바라던 헤로데는 그의 무대응에 조롱하고, 좋은 옷을 입혀 빌라도에게 돌려보낸다. 둘째 신문에서 빌라도는, “죄목을 하나도 찾지 못하였소.”라며 예수를 놓아주려 한다. 무리는 “그자는 없애고 바라빠를 풀어주시오.”하고 소리 지른다. 셋째 신문에서도 빌라도는, “나는 이 사람에게서 사형을 받아 마땅한 죄목을 하나도 찾지 못하였소.” 그래서 매질하고 풀어주겠다고 한다. ‘군중은 더 큰소리로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다그친다. “마침내 빌라도는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기로 결정하였다.” 이로써 로마 제국 권력 실체 총독이 군중의 광기에 굴복, 불의를 택한 ‘비겁한 빌라도’가 되고 만다.
수난기의 재판 부분을 읽을 때, 웬일인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소추 헌법재판관들이 떠오르며 비겁한 빌라도와 오버랩 되었다. ‘헌법재판관’이란 절대 권위를 쥔 이들이 빌라도처럼 어떤 압박에 굴복, 법을 떠나 ‘정치재판’을 택해 ‘비겁한 재판관’들이 되었구나! 하는 의구심이 화살처럼 가슴에 박혔다.
집에 와 헌재 선고문을 찾아 읽어보았다. 두루뭉술한 산문 같다. 근거법 조항이 하나도 안 보인다. 그러니 ‘정치재판 선고문’이다 싶다. 선고문은 판단 근거법 조항을 밝혀야만 한다. 그래야 궁금한 국민은 법 조항을 찾아볼 게 아닌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는, 법도 모르는 무지렁이 국민으로 취급당한 느낌이다.
‘부정선거 척결로 국민주권을 지키려 한 사실’만으로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는 마땅하고 옳다. 부정선거도 헌법 제77조가 규정한 ‘국가 비상사태’다. 자유민주주의를 짓밟는 국민주권 찬탈 내란 행위이므로. 대통령 측의 부정선거 증거채택을 이해 불가하게 기각한 헌재는, “의혹이 있다는 것만으로 중대한 위기 상황이 현실적으로 발생하였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라며 증거를 회피, 외면했다. 비겁한 빌라도 같다. 전자개표기 사용 후, 선관위 발표 선거 결과 수치들이 대수의 법칙을 위반한 게 바로 부정선거 증거라는 G 박사 등 연구자들의 보고는 무엇인가. 이영돈 PD도 취재하며 부정선거를 100% 확신케 되었다고 했다.
헌재는 올 총선 전 보안 취약점을 조치했다는 선관위의 껍데기 발표(핵심인 전산 조작 대책을 뺀)만 받아들여, ‘피청구인의 주장은 타당하다고 볼 수 없다’라고 썼다. 망발이다. 헌재 재판관들은 부정선거 세력이 장기 독재를 획책해도 된다는 것인가.
오는 조기 대선이 부디 공명히 치러져, 마음에서 비겁한 빌라도가 떠나기를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