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 2025.02.24 19:51 게재일 2025.02.25
그제가 우수였는데도 소소리바람이 분다. 꽃샘바람이 더 센 친구를 데려왔나 보다.
출근길, 건물 사이를 지나는데 차고 매서운 바람(風)이 가슴속에 스며든다. 하지만, 하늘이 비취처럼 푸르고 공기도 맑아, 정신이 번쩍 든다. 마음과 몸도 새털같이 가볍다. 추워 한겨울 옷을 입었기에 사무실까지 걷기엔 지장 없다. “윙!…”. 동네 공원 나뭇가지를 훑고 내려오는 소소리바람 소리가 발걸음을 다그친다.
센 바람도 이맘때 부니 꽃샘바람이 틀림없을 것이다. 아무리 기상이변 시대이지만, 지구 별이 태양을 돌고 꽃샘바람이 봄을 시샘하는 이상 오는 봄을 어찌할 수는 없을 것이다. 머지않아 북극 냉기가 제자리로 돌아가면, 하얀 머리를 내밀다 멈춘 매화 꽃봉오리가 다시 솟아 피어나고 말리라. 뒤따라 홍매화, 진달래, 개나리, 산수유, 생강나무 모두 꽃을 피워내며 오는 봄을 노래할 것이다.
꽃샘바람은 비단 명지바람에 반해 자리를 비켜주리라. 이어 벚꽃, 살구꽃, 복사꽃, 사과꽃, 배꽃과 온갖 봄꽃들이 다투어 피 날 터. 고향의 봄, 우리의 봄, 깨어난 국민의 봄은 이 땅에 다시 찾아와 꽃바람 불 것이다. 산 너머 남촌에서 초록 바람이 불어와, 하얀 이팝꽃에 배고픔 달래던 추억을 되새기면, 장미꽃들이 거리를 밝히는 봄, 감꽃 목걸이를 만들던 봄은 무르익어 온 누리에 푸른 생명 넘실대리라.
나는 어떤 바람들을 겪으며 살아왔을까. 유년기부터 소년기, 청장년기, 중년기, 노년기를 사는 동안 참 많은 바람을 맞이하고, 겪고, 참고, 누리며 살아냈다. 겨울의 높바람, 고추바람, 칼바람. 봄의 소소리바람, 꽃샘바람, 명지바람, 꽃바람. 여름의 마파람. 가을의 하늬바람, 갈바람. 모든 바람 다 불어왔고, 불고 있다. 그뿐 아니라 태풍, 폭풍, 황사 바람, 미세먼지 바람도 겪었다.
나라가 일제 강점기에서 타력으로 해방된 후 미 군정, 제헌, 대한민국건국, 6·25 동란, 4·19학생 의거, 5·16군사정변(1987년 6월항쟁 이전엔 혁명), 산업화 시기를 망라하는 바람을 겪었다. 이어, 산업화와 민주화 시기에 3년에 걸친 군 복무, 우리나라 첫 일관제철소 취업, 첫 석탄화학업체 이직, 첫 한국 진출 수처리 업체 이직도 거쳤다. 나라 경제가 후진국에서 중진국,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바람, 민주화 바람, 산업 일선에서 피땀 흘리는 바람을 겪고, 체험했다.
요즈음, 나라에 미증유의 바람이 분다. 2020년 4·15총선 직후 시작한 ‘부정선거 척결’ 바람은 이제, 태풍이 되었다. 헌재 대통령 탄핵심리, 선관위 수원연수원 외국인숙소에 미 ‘블랙옵스(black ops)팀’ 투입,‘한·미 공조 중국인 간첩단 검거 작전’ 보도, 세계선거기관협의회(A-WEB, Association of World Election Bodies)의 부정선거 관련 보도 등이다.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주목적이 ‘부정선거’를 밝히는 데 있었다. 젊은 세대가 이 문제를 파고들어 진실을 밝히며, 국민 계몽령 태풍이 되어 대학가까지 분다.
나라에 부는 이 미증유의 태풍이 남촌에서 불어오는 초록 바람으로 되어, 국민이 자유 민주주의의 푸른 생명을 만끽하는 나라로 거듭나기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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