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기/발표 글-경북매일

사회과 부도 5-6

보니별 2025. 2. 4. 20:23

 

             등록일 2025.02.03 19:10                    게재일 2025.02.04

 

 

 

업무차 지역의 한 초등학교에 갔다.

 

1주 정도 낮에 네댓 시간씩 머물며 해야 할 일이다. 학교 당국의 허락을 얻어 한 교실을 임시 사무실로 쓰게 되었다. 첫날, 교실 창가에 사회과 부도 5-6이라 고 제목이 적힌 빨간색 커버의 책이 눈에 들어왔다. 교육부 검정(2022.8.31.)을 마친 <비상교육>이 발간한 책이다. 평소 지도에 관심이 있던 터라 책을 열어보았다.

 

뒤표지에는 책 주인의 학년과 이름이 적혀 있고, 내부는 깨끗했다. 세계지도, 우리나라 지도가 비교적 상세하게 잘 나와 있다. 뒷부분에는 사회와 관련된 자료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실렸다. 초등학교 5, 6학년의 책인데도 성인이 보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데, 70쪽부터 91쪽까지는 우리나라의 역사를 그림과 함께 요약, 소개하고 있었다. 내용을 어떻게 서술했을까. 호기심에 살펴보았다. 그 결과, 주목해야 할 사항이 몇 가지 나타났다.

 

첫째, 삼국 건국 기술을 백제, 고구려, 신라, 가야 순으로 했다는 점이다. 건국연대 순은 신라(BC57), 고구려(BC37) 백제(BC17), 가야(AD42)이다. 왜일까.

 

둘째, ‘일제의 침략과 광복을 위한 노력’(2)을 강조하고 있다. 이 점은 조선의 개항과 근대 개혁운동’(1)이나 대한민국 정부의 수립과 6·25 전쟁’(1)과 비교하면 알 수 있다. 일제 침략, 광복 노력에는 대한제국과 독립협회’, ‘국권을 지키기 위한 노력’,‘광복을 위한 노력이 작은 제목으로 들어있다.

 

셋째, ‘대한민국 정부수립과 6·25 전쟁이 과소 평가되고 있다, 남북한 각각 정부수립의 배경이 되는 38선 분단과 소련군의 북한 진주, 미군의 남한 진주, 군정, 건국 같은 역사가 없다. , 6·25 전쟁이 소련의 사주를 받은 북한군의 불법 남침이란 사실도 없다.

 

넷째, ‘우리나라의 경제발전에서 6·25 전쟁 직후 가난했던 우리나라의 현실 기술이 없다.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세!’라며 새마을 운동으로 국민을 계몽하고, 경제발전을 이끈 탁월한 지도자의 역할, 산업화 세대의 피땀 어린 희생, 경제개발 5개년계획 추진 같은 서술이 없다. 경제발전이 저절로 된 것 같이 착각하게 한다. 왜 경제발전에 반쪽, 경제성장 문제점 해결 시민운동에 같은 반쪽을 배분했을까.

 

다섯째, ‘우리나라의 정치 발전에는 이승만 정부, 박정희 정부, 신군부를 반민주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 시대를 학생, 산업일꾼으로 살아온 필자로서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그때가 서민 살기에는 민주화 이후보다 더 좋았기 때문이다. 귀족노조도 없고, 정규 비정규직 차별도 안 심했으며, 시민들 삶의 불안도 훨씬 덜했으니까.

 

이 사회과 부도는 왜 백제를 1순위로 잡았을까. , 일제 침략에 맞서는 활동 서술에 홍범도와 김좌진의 봉오동전투와 청산리 대첩만 크게 다루었을까. 아동도서에 어떤 정치적 보이지 않는 손이 스민 게 아닌지 모르겠다. 솔직한 독후감은, 우리 역사가 자랑스럽다는 마음이 안 든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학생들이 공부하는 역사책이 나라와 민족의 자긍심과 희망을 주지 않는다면, 우리의 미래는 어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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