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 2024.12.30 18:39 게재일 2024.12.31
올 12월 15일 자 ‘가톨릭 신문’ 제1면은 전체가 12·3 비상계엄에 따른 ‘시국미사’를 다룬 기사였다. 이례적이다.
‘시국미사’란 말을 신문에서 처음 보는 순간, ‘갈릴레이 갈릴레오’사건이 떠올랐다. 17세기에 로마의 가톨릭 이단 신문소가 갈릴레이 갈릴레오의 과학 업적이 신앙을 해친다고 2차에 걸쳐 재판한 사건이다. 당시 일을 지금 따지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가톨릭은 어떤 사안에 대해 신중하다는 전통을 자부심 삼아 성당에 다닌 나는, 시국미사 보도 사진을 보고 마음에 큰 상처를 받았다.
‘이번 시국미사 봉헌 결정에 경솔한 판단은 없었는가.’하는 의문이 이어서 들었다. 고교 때부터 성당에 다닌 나는 ‘정의구현전국사제단의 활동을 본 사람들이, ‘천주교는 좌파다!’라고 할 때마다 부아가 올랐었다. 반백 년 넘게 가진 신앙이 금가는 느낌도 들었다. 사람들이 ‘좌파’라 말할 때는, 그 안에 종북과 공산주의가 포함된 말로 듣기 때문이다. 나는 매번, ‘하느님을 믿는 가톨릭은 절대 무신론 공산주의와 관련될 수 없다!’라며 항변하지만, 그들의 생각을 바꿀 수는 없었다.
시국미사 기사를 보며, 미사 드리는 이들 안에 정말 좌파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행진하는 사제들 손에 “위헌 위법 계엄 반란 윤석열을 처벌하라!”는 플래카드가 들려있기 때문이다. ‘저분들은 대통령의 담화를 듣고도 왜 저런 행동을 할까.’ 편향된 언론 보도는 믿고, 자국 대통령 말은 못 믿는다는 걸까. 비상계엄의 제1 목적이 자유민주주의를 깨부수는 ‘부정선거 세력의 발본색원과 척결’에 있다는데, 어찌 저런 독단적 시국미사를 정의의 하느님께 바칠 수 있다는 말인가.
하여, 시국미사 사제들에게 ‘부정선거 주장’의 진위를 알아보았는지 묻는다. 부정선거척결운동 하는 이들은, 선관위가 발표한 2017 대선 이후 모든 선거의 개표 결과 수치들을 통계적으로 분석한 자료를 공개했다. 한국같이 전자통신기술이 앞선 나라에서 부정선거는 당치 않다고 생각했던 나도, 2020 총선 분석 데이터를 보고 부정선거가 확실함을 바로 알았다. 수치들이 통계학 대수의 법칙을 위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국미사 사제들은 선관위가 부정선거를 해도 된다는 것인가. 지난 4·10 총선에서 뽑힌 22대 지역구 1야당 국회의원 중, 53명이 부정선거로 당선된 가짜란 근거를 선거 데이터 연구자 G 박사는 제시한다. M 전 의원, 과학자, 전산학자들도 거의 같은 주장을 한다. 법적 증거물이 나오면, 나라가 경천동지할 사안이다.
정치인, 언론 등이 근거 없이 ‘부정선거 음모론’, ‘내란’이라 치부, 선동, 보도하더라도 보편 가톨릭교회는 부화뇌동하면 안 된다. 성 요한바오로 2세 교황은 2000년 사순절에 교회의 과거 잘못을 참회, 사과한 바 있다. 예수님은 복음에서, “남을 심판하지 마라. 그래야 너희도 심판받지 않는다.”라고 가르친다. 부디 앞으론, 가톨릭교회가 갈릴레오 갈릴레이 재판 같은 ‘성급한 판단의 오류’를 범하지 않기를 신자로서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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