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기/발표 글-경북매일

다목적 스프레이제

보니별 2023. 5. 12. 09:43

                       등록일 2023.05.11 20:01                                                  게재일 2023.05.12

 

 

  더는 참을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했다. 나름 거금 들여 산 건데 네댓 해 지났다고 괴상한 소리를 내다니, 품질에 문제가 있다. 한 시간 정도 걷는 출퇴근 동안 어떤 의성어로도 표현 못 할 남모를 소음에 노출되어, 뒤틀리는 마음을 다독이며 참아왔다. ‘도대체 뭐가 잘못되어 그런 거야.’ 속 불평이 폭죽처럼 터졌다.

 

  고치려고 여러 궁리를 해 보았다. ‘비 오는 날 시작되어, 비 그치고 며칠 지나면 괜찮아진다. 갈수록 소리는 커지고 시간도 늘어난다. 이런 현상은 틈이 늘어나 그 속에 스며든 물기 때문일 거다.’ 하는 추론과 판단이 들었다. 당장 고치기 작업을 시작했다. 헤어드라이어로 이곳저곳 물 스몄을 자리를 말렸다. 그래도 소리는 그대로다.

 

  아니면, 공기주머니가 막혀서 그렇겠다는 생각이 뒤따랐다. 서류용 클립 한 개를 펴 공기구멍이 있을법한 곳 몇 군데를 찔러 유입구를 키웠다. 조금 나아진 듯했으나,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고장 난 데가 어딜까. 오랜 실험실과 연구소 경력도 별수 없다는 절망감마저 들었다. 못 고치고 저절로 소리가 멈추기만을 바라며, 냉가슴 앓듯 분기를 또 참는다.

 

  그 후 어느 날, 긁어 부스럼 사태가 벌어졌다. ‘그래. 아예 공기주머니를 본드로 때우면, 소리가 발버둥 쳐도 별수 없이 멈출 거야.’ 하는 결론이 머리에 불쑥 솟았다. 곧바로 본드를 가는 철사에다 찍어, 공기구멍 있을 곳에 발라 말렸다. 한데, 결과는 더 괴상하고 큰 소리가 났다. 곁을 지나치는 사람도 들으면 불쾌할 정도로 커졌다. 고무 재질에 고무 본드를 붙여 굳혔으니, 제거도 난감했다. 진퇴양난이 되었다.

 

  ‘궁하면 통한다라고 했던가. 어디선가 그래. 지푸라기 잡는 마음으로 이걸 한번 써보자.’ 하는 아이디어가 번쩍했다. 다목적 스프레이제다. 불문곡직 스프레이 통을 꺼내 본드 붙였던 자리에 뿌렸다. 한데, 이게 웬일일까! 심기를 긁어대던 불쾌한 소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야바위꾼에게 홀리면서도 기분 좋은 모양새다. 물에 젖은 길이나, 비 오는 날 걸어도 괜찮았다. 대성공이다.

 

  장미꽃 아름다운 출근길을 걷는다. 오가는 한 학교는 동, , 남 세 곳 담장에 장미가 산다. 하여, 장미의 계절엔 어느 길을 가든, 장미꽃의 웃음과 생기를 선물 받는다. 문득, 얼마 전까지 괴상한 소리로 귀청을 긁던 오른쪽 운동화를 내려다본다. 이어, ‘우리 정치권이 이 운동화 같이만이라도 되면 좋겠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한 야당 의원은, 대통령 부인의 캄보디아 아동 심장병 환자 문병을 빈곤 포르노라며 폄훼하는 궤변에 이어, 방미 중인 대통령의 화동 볼 뽀뽀 인사를 성적 학대라 주장하는 황당한 망발을 저질렀다. 이런 자들의 마음엔 대체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까. 나라의 외교에는 여야가 있을 수 없지 않은가.

 

  나라와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정치권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저들의 정치적 목적에만 눈이 멀어 궤변과 망발, 괴상한 소음만 내고 있다. 이런 망국적 처사를 일거에 없앨 수 있는, 다목적 스프레이제 같은 이가 우리 사회 어디에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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