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일 2023.03.02 18:28 게재일 2023.03.03
갑자기 차의 시동이 걸리지 않았다. 구랍(舊臘) 하순의 일이다. 차량 보험사의 긴급출동 서비스를 불러 시동을 걸었다.
서비스맨의 말에 따라 반 시간 이상 차를 운행, 배터리를 충전하였다. 일주일 후, 또 시동이 걸리지 않아 다시 긴급출동을 불렀다. 그는 또다시 시동이 걸리지 않으면, 배터리를 새것으로 바꾸는 게 좋겠다고 말하고 돌아갔다. 엔진을 공회전시켜 충전했으나 삼사일 뒤부터 시동이 안 걸렸다. 예전에도 이런 경우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새 배터리로 바꾸었었다.
보험 긴급출동 서비스를 더 부를 수 있지만, 미안한 생각이 들어 그만두었다. 마침 집에 다니러 온 둘째의 차에다 시동용 케이블을 연결, 시동을 걸고 또 충전시켰다. 이후부터는 매일 얼마간씩 시동을 걸어 배터리 충전을 시키기로 했다. 나아가, 이참에 자동차 배터리 관리에 대해 인터넷으로 알아 공부해보기로 하였다.
배터리 방전 관련 유튜버 영상 시청, 온라인 쇼핑몰 검색 등을 통해 우선 포켓용 전기 테스트기를 하나 샀다. 매일 시동을 걸어 충전하며 배터리 전압변화를 점검하기 위해서다. 다음 긴급출동 서비스맨이 들고 왔던 휴대형 자동차 점프 스타터가 좋아 보여, 온라인 쇼핑몰에서 비슷한 것들을 찾아보았다. 종류는 다양했다.
결국, 가격이 국산의 반도 안 되는 해외 직구 상품을 사기로 하였다. 품질이 다소 의심되기는 했지만, 감수하고 난생처음 해외 직구 상품을 발주하였다. 문제는 구매 기간이었다. 쇼핑몰의 광고 내용의 배 정도의 기간인 한 달을 기다린 끝에 상품을 받았다. 생각보다 작고 외관도 덜 깔끔했다.
그동안 매일 시동을 걸어 충전하며 그 전후의 배터리 전압변화, 충전 시간 등의 데이터를 모았다. 직장에서 했던 품질관리 경험은 배터리의 현 상태를 가늠케 하였다. ‘제대로 될까’하고 찜찜한 가운데 기대를 걸고, 외국산 점프 스타터의 첫 점프 스타팅(jump starting) 실험을 했다. 성공이었다. 배터리 전압이 어느 선 이하로 떨어지지 않는 한, 사용할 수 있겠다는 믿음이 섰다. 차 배터리 걱정은 사라졌다.
현대 한국사회의 대표적 점프 스타터는 무엇일까. 저절로 ‘새마을 운동’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동이 차를 달리게 하는 마중물이듯, 새마을 운동은 우리나라 발전의 마중물이었음이 분명하다. 6.25 전쟁 이후, ‘보릿고개’로 표현되던 세계 최빈국 수준의 암울한 나라 상황. 그 황무지에서 ‘근면·자조·협동의 새마을정신’으로 ‘우리도 한번 잘살아 보세!’하고, 국민을 분연히 깨어 일어나 일하게 했던 새마을 운동….
정부 주도 새마을 운동에 따른 국민의 자각과 협조, 희생과 노력 덕에 나라가 세계 10위권의 경제적 번영을 이루어냈을 터다. 하지만 지금, 한국 사회는 다시 점프 스타팅이 필요한 상황이다. 지난 정부 5년간 늘어난 나랏빚 약 400조만 보아도 그렇다. 어떻게 단 5년 만에, 그전 69년간 쌓인 나랏빚의 60% 가 넘을 수가 있단 말인가.
명맥만 이어지는 듯 보이는 새마을 운동을 ‘제2의 새마을 운동’으로 승화시켜, 시들어가는 우리나라 사회에 새로운 점프 스타팅을 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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