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기/발표 글-경북매일

애가 타는 국민

보니별 2021. 9. 27. 15:42


                       등록일 2021.09.26 19:24|                             게재일 2021.09.27|

  젊은 날, 환경 분야 기술 자격 공부를 하며 ‘자정작용(自淨作用)’이란 단어와 개념을 처음 알았었다. 자연의 복원력 혹은 항상성에서 기인한다고도 할 수 있는 이 새로운 소식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었다.

 

  그 무렵은 나라에서 공해 문제를 도입하는 초기여서, 주로 물에 대한 자정작용을 다루고 배웠다. 요약하자면, 물은 자연 생태계에서 오염되더라도 스스로 깨끗해지는 자정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생태계가 한정되어 있어, 오염량이 자정 능력을 넘게 되면 하천과 바다가 오염되고 만다.


  심하게 오염된 하천과 바다는 생명체가 살 수 없다. 물의 오염은 결국 전 생명체와 사람의 생존에도 악영향을 준다. 따라서 생활하수, 산업폐수 등의 오염수 배출을 법률로 규제하기 시작했다. 또 폐수처리기술의 연구, 개발도 박차를 가했다. 이후 대기·토양·지하수 오염, 폐기물 처리, 오존층 파괴 등 온 지구 생태계오염에 대한 규제와 개선의 연구, 개발로 확대되었다.


  개별 생명체의 대사(代謝)도 자정작용과 함께 이루어진다. 유해성 생체 이물을 효소가 해독하기 때문이다. 살펴보면 우리가 사는 지구 행성 자체도 거대한 자정작용 시스템이 아닐까. 하천이나 강물의 흐름, 파도, 해류, 바람, 태풍, 구름, 비, 햇빛 등 모든 자연현상이 직, 간접으로 자정작용을 한다.


  물의 자정작용은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작용으로 이루어진다. 물리적 작용은 물이 모래나 흙 속으로 스며들며 여과되는 등 물리적으로 정화되는 것이다. 화학적 작용은 물이 공기와 닿을 때 오염물과 산소가 반응, 제거되는 현상 등이다. 하천, 호수의 오염물이 호기성 또는 혐기성 소화로 처리되는 것이 생물학적 작용이다.


  자정작용이 지구와 자연생태계뿐일까. 인간사회에도 유사 이래 자정작용이 함께해 왔다고 본다. 개인과 가정의 생사화복은 물론, 나라와 민족의 흥망성쇠도 자정작용에 달려 있음을 많은 역사가 말해주고 있다.


  자정작용의 관점에서 볼 때 우선, 가장 우월한 국가체제는 두말할 나위 없이 자유민주주의체제다. 선거로 임기가 정해진 공직자를 뽑기 때문이다. 공명선거를 하는 한, 재직 시 잘못한 공직자는 다음 선거에서 뽑힐 수 없기에 그렇다. 선거라는 강력한 자정작용이 일정 기간마다 국가사회를 맑게 한다.


  다음, 국가의 삼권분립체제도 자정작용을 위한 것이리라. 오염된 물이 물리·화학·생물학적 작용을 통해 깨끗해지듯, 나라의 입법·사법·행정부가 상호 견제와 작용을 하여 국가사회의 오염요소들을 줄이거나 제거하여 맑게 하는 게 아니겠는가.


  그다음, 언론은 사회의 산소다. 물의 자정작용에 가장 중요한 것은 공기 중의 산소다. 오염물과 닿으면 바로 반응, 자정작용을 해내기 때문이다. 사회의 산소가 언론이므로 오염물을 만나면 즉각 반응, 자정작용을 해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자정작용의 선봉에 나서야 할 대형 언론들이, 나라 명운이 달린 커다란 사회오염물과 반응하지 않는다. 그러니, 죽은 언론이다. 애가 타는 이는 바로, 주권자 다수 국민이다.


  국민이 대형 언론에 회초리를 들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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