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기/발표 글-경북매일

장미, 함박웃음 메시지 내다

보니별 2021. 6. 7. 16:26

<칼럼>                 등록일 2021.06.06 20:03                                       게재일 2021.06.07

 

  요즈음은 아침마다 즐겁다. 또, 당황스럽다.

 

“어서 오세요. 잘 다녀오시고요. 호호!”하고 함박웃음 머금은 인사를 받으며 출입문을 나서기 때문이다. 문 오른쪽, 담장과 서로 벗 삼아 기대어 활짝 핀 얼굴들이 초록 손을 흔든다.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같은 담장과 그 벗이었다. 한데, 올해는 왜 유달리 사람을 더 사로잡으려는 듯 일제히 웃으며 인사를 하는 것일까.  

 

  웃는 벗과 어우러진 담장이 이렇게 아름답고, 고마운 줄 올해 처음 알았다. 원래 아름다운 모습에다, 절박한 시대의 메시지까지 덤으로 선물하니 어찌 기쁘고 고맙지 않을 수 있겠는가. 1년 반 이상 이어지는 안개 속 코로나19 감염병 사태. 강제로 시행되는 사회적 거리 두기는 국민의 일상을 많이도 집어삼켰다. 총체적 난국에, ‘내로남불’이라는 신조어로 겨우 속풀이나 해야 하는 무기력한 우리 민초들의 일상….

 

  반복되는 무기력 앞에서도 눈을 뜨게 한 6월의 함박웃음 머금은 상기된 얼굴들. 둘러보니 웃는 얼굴들이 우리 아파트담장뿐 아니라 공터 펜스 아래도, 학교 담장에도, 방송국 화단에도, 동네 공원에도 있었다. 생각해보면 근년 들어 봄꽃들이 한꺼번에 더 일찍, 더 활짝 피어나는 현상이 갈수록 두드러지고 있다. 작년 봄엔 이팝꽃이 유달리 하얗게 오더니, 올핸 장미꽃이 상기되어 웃는 얼굴로 아침마다 달려왔다.

 

  장미꽃을 비롯한 봄꽃들이 근자에 왜 한꺼번에 활짝 피어날까. 사람들은 봄꽃들 앞에서 기쁘거나 슬프거나 무심하겠지. 나처럼 기쁘면서도 당황스러울지도 모른다. 기후변화 때문이라고 간단하게 치부해버리면 그만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상들은 인간과 공동운명체이면서 가장 큰 생태계 구성원인 식물의 경고이자, 메시지가 아닐까. 인공위성이 태양계를 벗어나 우주 성간을 날고, 소행성과 화성에도 착륙하여 임무를 수행하더라도, 우리 사는 푸른 지구별이 잘못되면 그런 게 다 무슨 소용일까.

 

  우리는 다가올 5G(generation) 이동통신과 그 이후 시대를 코로나19로 앞당겨서 경험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삶의 온 분야를 더 자동화되고, 더 빠른 사물인터넷 세상으로 만든다. 그러면 오프라인 곧, 대면 관계가 거의 필요 없는 유토피아를 이루어 간다’고 인간은 지금 뻐기고 있지는 않을까. 현실 세계가 가상 세계이고 가상 세계가 현실 세계가 되는 새로운 세상을, 보이지 않는 지배자들이 욕심내고 있을 수도 있다. 나아가 인체와 기계가 결합한 포스트휴먼 세상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 눈에 지구 어머니가 애써 참아내고, 눈물 흘리는 모습이 보일까. 그렇다면 저 장미꽃들의 매스게임 같은 함박웃음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 아름다운 부름을 듣고 애틋한 메시지를 보며 당장 실천해야 한다. 제발 지구환경을 지키고 개선하는 대명제 앞에 나라 간, 정치세력 간, 문화나 종교 간의 이해득실을 따져서는 안 된다. 우선 지구 어머니를 구해내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장미는 지금 아우 꽃봉오리를 맺을 겨를도 없이 일제히 피어올라 5월의 하늘과 산하, 마을과 도시에 함박웃음 메시지를 선포하고 있다. ‘우리 함께 지구별을 구해내어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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