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기/칼럼 누리

아! 천안함

보니별 2010. 5. 1. 23:25

 

 

 

 

                                     아! 천안함

 

                                                                                                   강 길 수

 

  어제, 그러니까 2010년 4월 29일은 천안함 침몰로 유명을 달리한 순국 장병 46명의 해군장 영결식과 안장식이 있었던 날이다.

 

  뉴스에 의하면 지난 3월 26일 밤, 서해 백령도 앞바다에서 정상적인 초계임무 중에 있던 천안함이 갑자기 두 동강이 나면서 바다에 침몰해버렸다. 함미는 순식간에 침몰했고, 함수도 얼마 안가고 침몰했다. 승조원 104명 중에 당일 해경에 구조되어 살아난 장병은 58명, 실종된 장병은 46명이었다. 침몰 된지 3일 만에 침몰한 함미를 찾아냈다. 수중수색으로 한명의 실종자 주검을 찾아냈고, 20일후에 인양된 함미수색으로 찾아낸 장병의 주검이 37구, 그 10일후 인양된 함수에서 찾은 장병 주검이 2구다. 6명의 실종자는 끝내 찾지 못했다. 배가 부러지면서 산화하거나 바다에 유실 되었을 거라고 추정한단다.

 

  대부분 이십대의 꽃다운 젊은이들이 영문도 모르고, 칠흑 같은 어둠과 함께 차디찬 바닷물 속에 순식간에 매몰되고 말았다. 얼마나 답답했을까? 얼마나 숨 한 모금이라도 쉬고 싶었을까? 얼마나 격실 문을 열어 재치고 헤엄쳐 나오고 싶었을까…? 도대체 누가, 무슨 이유로, 무슨 자격으로 저 푸르른 젊은이들의 목숨들을 빼앗아 갈 수 있단 말인가?

 

  비극이다. 있을 수 없는 비극이다. 인간은 어찌하여 있어서는 안 되는 처절한 비극을 이처럼 만들어내며 살아왔고, 또 살고 있는가. 그리고 언제까지 되풀이하며 살 것인가. 만일, 이 푸른 지구별에 인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지구는 얼마나 더 편안하며, 생태계는 얼마나 더 온전하며 평화스러울 것인가? 옛날에는 인간의 지성이 덜 발달되어서 성선설이니, 성악설이니, 원죄니 하면서 자기네가 저지르는 죄악과 전쟁 같은 것들에게 스스로 면죄부를 주었다손 치자. 그러나 이젠 아니어야 한다. 적어도 이번 천안함 침몰사태 같은 일은 일어나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 인간이다.

 

  절단면이 가려진체 인양된 함수와 함미는 기지로 옮겨져 침몰 원인을 과학적으로 조사 중이다. 아직도 진행되고 있는 천안함 사태. 이 사태를 보며 우리사회가 연출하는 모습은 실망과 희망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희망이란 가슴을 에이는 슬픔 속에서도 진정한 애국심과 결단력을 보임으로써, 국민들에게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했던 유가족들의 성숙하고 든든한 모습이 그것이다. 실망이란 정부당국과 군의 대응을 두고 꼬투리잡고 비난하며, 작은 실수를 덮어주지 않고 침소봉대하여 오히려 사회불안을 조성하던 정치권과 언론의 행태가 그 것이다. 특히, 인터넷 웹상에 출처도 근거도 없이 막무가내로 주장해대는 왜곡되거나 날조된 주장들이, 사회 불신과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

 

  적어도 민주사회의 일원이라면, 나와 남을 같은 비중으로 생각하는 자세는 되어있어야 한다. ‘잘되면 내 탓이고, 못되면 조상 탓이다’라는 이 웃지 못할 속담은 우리 사회의 이중적이고, 배타적인 가치의식구조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우리의 여당과 야당은 국익 앞에서 언제 한번 제대로 단합해본 적이 있는가? 또 우리의 언론도 국익 앞에서 올곧은 목소리를 함께 내어본 적이 있는가? 국가적 불행사태가 터져 그 사태를 조사하고,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할 주무부 장관을 무에 그리 급해서 곧바로 국회에다 불러다가 이리 따지고 저리 따지는가? 그 것도 국민을 팔아가면서. 또 언론은 뭣이 잡아당겨서 그리도 급히 의혹이 많다느니, 지휘체계가 안 섰다느니, 엇박자가 난다는 둥 말들을 쏟아 냈는가?

 

  우리 국민은 보았다. 천안함의 침몰 비극을 통해서 누가 애국자이고, 누가 비애국자 인지를…. 침몰한 천안함에 갇혀있을 전우와 아들, 친구를 구해내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목숨을 내 걸고 차디차고 사나운 칠흑 같은 바닷물 속을 용감하게 들어가 싸우던 잠수요원들과 장병들을. 급기야는 함수 부분을 수중 수색하다 자기 목숨을 바친 한 주호준위와, 함미 수색에 참여하고 돌아가다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금양호 선원들도 나오게 되었다. 격무에 시달리며 링스헬기를 조종하다가 바다에 떨어진 장병들도 생겼다.

 

  잘나고 똑똑한 정치인이나 언론 종사자들이 왜 천안함의 유족들보다도 못해 보이는가? 그들에게 과연 국가 공동체정신이 있는가? 다소 부족하고 허둥대더라도 감싸주고 격려해주며, 보다 나은 길을 제시해주는 등 서로 돕고, 차분히 기다려 주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는 없는가? 왜 우리 사회는 어른스럽지 못할까? 침착하지 못할까? 급하고 큰일일수록 입장 바꾸고 생각해보고 일할 수는 없을까? 정치권과 언론만 생각하면 저절로 탄식만 나오고 외면한다.

 

  암튼, 꽃다운 나이에 나라를 위해 그 깜깜하고 춥고 무서운 바다 속에서 목숨을 바친 46위의 영현들은, 어제 우리 곁을 떠났다. 남아 있는 우리들이 그런 불행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살아 내는 일이 하늘에 간 영현들이 우리에게 바라는 일일 것이다. 부디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특히 정치권과 언론이 어른스럽게 잘 해 나아가기를 간절히 바란다.

 

  꽃다운 46위 영현들이여!

우리의 호국영령, 인류 평화의 사자들이 되시어 우리와 인류를 돌보소서!

그리고 영원한 안식을 누리소서!

 

                        

           

                                          2010.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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